“꿈이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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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본문
박상조 예강희망키움재단 대표 인터뷰
같은 꿈을 꾸더라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현장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성장의 기회는 달라진다. 기자가 되고 싶은 청년에게는 취재 현장과 선배 언론인의 조언이, 기술을 공부하는 대학생에게는 산업 현장의 경험이 필요하다. 어린 운동선수에게는 훈련 환경과 전문적인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 6일 만난 박상조 예강희망키움재단 대표는 재단의 역할을 청소년과 청년들의 꿈과 기회를 잇는 ‘다리’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출범한 예강희망키움재단은 다우키움그룹 창업주 김익래 전 회장의 600억원 규모 사회환원 기금으로 취약계층의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설립 첫해 여러 사업을 시도한 재단은 인재 육성 사업인 ‘예강임팩트’를 통해 언론·기술 분야의 지원을 구체화하고, 체육 분야로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과 멘토링, 현장 경험을 연결해 경제적 여건이나 정보의 부족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IT기업 경영과 투자, 대학 교육과 산학협력을 경험한 박 대표는 “공익사업에서도 지원받는 사람의 필요에 맞춰 사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 인원과 집행액은 곧바로 집계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일과 자존감을 키우는 일을 함께 하다보면, 우리를 믿어준 재단 덕분에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요.”
Q. 재단 출범 이후 1년여를 돌아본다면요.
A. “공익재단 가운데 후발 주자로서 우리만의 색깔로 어떤 명작(名作)을 만들지 구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단이 설정하는 미션과 비전에 접근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 지원, 고립은둔 청년, 경계선 지능아동 지원, AI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청취했습니다.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게 와 닿았고요. 이론과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Q. 예상과 많이 달랐나요.
A.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경제적인 문제에서만 찾으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정보의 부족, 경험의 부족, 서로 끌어줄 수 있는 관계의 부족도 살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인턴십이나 전시회, 산업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쉽게 얻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기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죠. 재단이 이런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가 자존감입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줘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하면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재단은 외부의 기회를 연결하는 일과 내면의 힘을 키우는 일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A. “취업을 앞둔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주면 몇 명이 취업했는지 비교적 빨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린 학생의 내적인 성장은 그렇게 드러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재단에서도 짧은 기간의 결과만 보지 말고 길게, 꾸준히 다져가는 지원을 하자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설립자 역시 보여주기 위한 활동보다 진정성을 갖고 일하는 것을 강조했고요.”
Q. 대표님도 공학에서 출발해 경영과 투자, 교육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A. “공학을 공부한 뒤 1997년에 경영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적성에 맞더라고요. 그 뒤로 기술경영 박사과정도 수료했습니다. 투자회사 운영도 해보고,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팔기 위해 미국에도 다녔습니다. 투자 평가와 기술 가치 평가, 인수·합병 관련 공부도 했고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교육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기업이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학생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현장 경험을 쌓고 전문가를 만나는 기회를 재단 사업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이유입니다.”
Q.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A. “몇 명을 교육했는지 얼마를 투입했는지, 취업은 얼마나 했는지는 쉽게 집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조직의 의미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주어진 기회를 통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까지 봐야 하니까요. 숫자만으로 사람의 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Q. 그래도 성과 측정은 필요합니다만.
A. “물론입니다. 다만 고립·은둔 상태에 있던 사람의 경우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어려워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같은 평가 방법도 있지만, 재단에 어떻게 적용하고 사람의 변화를 무엇으로 확인할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평가 방법을 정립한 단계는 아닙니다만 장기적으로 어떤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Q. 인재 육성 사업을 언론·기술·체육 세 분야로 구성했습니다.
A.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꿈을 향해 가려면 전문가의 도움과 현장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까요. 재능과 의지가 있어도 가정의 여건 때문에 꿈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재단이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과 환경을 연결해주려고 합니다.”
Q. 분야마다 다양한 지원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스케이트보드 강준이 선수도 어릴 때 경남 양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훈련했다고 합니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훈련할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죠. 그렇게 꿈을 이어가려면 주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언론 분야도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 무엇이 사실이고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등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책이나 강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현직 언론인과 전문가들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은 언론인뿐 아니라 좋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10년 뒤 재단에 무엇이 남기를 바라나요.
A. “먼저 재단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고 ‘예강’하면 떠오르는 사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재단을 준비할 때부터 ‘세월이 지나도 남는 것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청년들이 ‘나를 믿어주고 기회를 연결해준 재단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다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좋겠어요. 재단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다리 역할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